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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화재 사건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국민들은 쿠팡을 비난합니다. 시대전환에서도 논평을 냈지요.

그런데 뭔가 좀 꺼림칙 합니다.

물론 쿠팡을 편들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김범석 의장은 미국인이고 쿠팡도 미국기업입니다.

구지 편을 들자면 네이버 카카오편을 들고 싶지 쿠팡을 옹호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생각해 볼 문제는 분명 있어보입니다.

1. 쿠팡의 노동환경, 과연 최악인가?

- 쿠팡 화재 사건을 조사하면서 여러가지 노동환경에 대한 비판이 있었습니다. 작업자들이 휴대폰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등등… AI로 대부분의 물류 분배를 기계가 해준다고 하지만, 저는 그러한 작업환경에 휴대폰을 가지고 들어가는 것이 맞는지 의문입니다. 작업장에 휴대폰 소지를 금지하는 곳은 많습니다. 안전과 작업효율을 위해서입니다. 이것이 과연 비난 받을 일인지… 오히려 쿠팡은 다른 플랫폼 기업들의 배달 노동자들 보다 더 나은 고용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배달직원으로 인한 주거침입과 강력범죄 등도 발생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직접고용을 유지했고, 쿠팡맨이라는 자부심도 심어주었습니다. 물론 노동강도는 이슈입니다. 그래도 다른 업체들 보다는 더 낫지 않은가 싶습니다.

2. 김범석의장의 대표 사임

- 오너로서 아주 부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방법일 택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한국 쿠팡 대표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쿠팡코리아 대표가 있습니다. 중대 산업 재해에서 사주의 책임을 크게 묻는 것은 ‘징벌적’ 성격이 강합니다. 실제로 그분이 큰 죄를 저질러서가 아닙니다. 쿠팡 코리아 대표가 그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이므로 법이 정한 책임을 지어야 할 것입니다. 김범석 의장의 입장이 되어봅시다. 한국계지만 미국인이고 미국적인 마인드로 한국에서 혁신적인 사업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법에 따르면 내가 컨트롤 하기 힘든 현장에서 발생한 일로 내가 한국 감옥에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빠져나가고 싶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인간적으로 그 입장이 이해도 됩니다.

3. 쿠팡 물류센터 현장의 안전관리

- 기사의 내용을 보면, 물류 직원들 아주 열심히 일했고, 비상상황에서 빠르게 대처했습니다. 문제는 관리직원들입니다. 이들의 마인드가 잘못되어 있네요. 이들도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콘트롤 해야 했던 이들에 대한 비난 보다는 큰 덩어리인 ‘쿠팡’과 그 오너에 대한 비난이 더 크고 앞서는 것 같습니다. 물론 최고 경영자는 책임이 있습니다. 무능력한 직원을 채용하고 그 고용을 유지한 것이 잘못입니다. 하지만 쿠팡의 1조분의 1도 안되는 작은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제가 보기에도, 유능한 직원으로만 회사를 채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직원이라도 다른 직원들과 팀웍을 통해 가급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능력만능주의는 저와 저희 회사를 더 낫게 만들어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더 좋게 만들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잠시 한눈을 팔면 이런 직원들은 종종 회사와 조직에 큰 피해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ㅠ.ㅠ 자, 과연 회사의 대표는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요?? 고민스럽습니다.

- 특히 제 이목을 끄는 부분이 하나 있었습니다. 화재경보장치. 마침 제가 사는 아파트에 이런 미친 화재경보장치가 하나 있습니다. 낮이고 밤이고 새벽이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게 화재경보가 울립니다. 저희 가족은 자다가도 잠옷바람으로 신분증, 노트북, 지갑만 챙겨서 아파트 마당에 나가서 경보가 멈추기를 기다리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습니다. 동네사람들은 아파트 창문으로 저희를 안스럽게 보면서 “불 안났어요. 들어가셔도 되요…”라고 말합니다. 물론 저도 불 안 난 걸 알지만, 만에 하나를 위해 밖으로 뛰쳐나가서 안전을 확인한 후 다시 들어옵니다. 이런 일이 하도 반복되자 관리소에서 문제의 화재경보기가 어떤건지 확인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는 그 미친 화재경보기만 ‘제거’ 했습니다.

아마도 우리 주변에 이런 화재경보기가 엄청 많을 것 같습니다. 쿠팡 물류센터처럼 엄청난 물류를 처리해야 하는 높은 스트레스가 넘쳐나는 작업현장에서 이런 화재경보기는 애물단지였을 것입니다. 아마도 적절한 조치로 건물 전체의 화재 안정장비를 싹 다 갈아 치웠다면 이러한 참사도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중간 관리자가 보고를 안했을 수도 있고, 보고를 했지만 비용이나 효율을 이유로 회사에서 조치를 안했을 수도 있습니다. 내용을 좀 더 살펴봐야 하겠지만 어찌되었건 분명 회사 ‘쿠팡’의 책임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이런 참사가 나면 우리가 가장 잘 하는 것이 있습니다.

“대표 나오라고 해!!”

아마도, 업체가 크면 클수록 더 그럴 것입니다.

하나는, 무언가 높은사람(?)이 책임져야 사태가 잘 수습되었다는 일종의 ‘화풀이’적 요인도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보다는 높은사람을 물고 늘어져야 그 높은사람이 덜 번거롭기 위해서 예방이나 사후조치를 더 철저히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일 것입니다.

현재의 언론의 행태를 보면 ‘화풀이’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게 해서 국민들이 쿠팡을 비난하고 불매운동 하고, 좋기로는 김범석 의장을 감옥에 보내서 국민들의 화가 풀리면 아마 이 사건은 조용이 넘어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건 예방과 사후조치입니다. 화재경보기… 누가 만들었고, 누가 납품했을까요? 그 건물의 화재안전은 어떤 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있었을까요? 쿠팡이 직접 화재관리를 했을까요? 외부 업체에서 하고 있었을까요? 저는 잘 모르지만, 이런 결과에 따라서 비난의 화살이 쿠팡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이런데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쿠팡 때리기에 열심입니다. 그게 빠르고… 나쁘게 말하면, 신나니까요.

언론과 정치권은 끊임없이 국민들의 스트레스를 쌓아주고 풀어주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어느정도는 필요하겠지만, 그것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면, 국민이 언론과 정치권을 문제의 핵심으로 이끌어 줄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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