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 글입니다.

<앤드루 양 뉴욕시장 캠페인의 교훈>

1.

뉴욕시장 11월 본선을 앞두고 치러진 민주당 경선이 부재자투표만 남겨놓고 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확고한 1위 자리였던 앤드루 양은 4위로 밀려나며 패배를 시인했다. 대선경선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시장후보 중 인지도가 가장 높았던 양이 어떻게 4위까지 추락했을까?

2.

양 선거캠프는 이렇게 진단한다. 양의 캠페인 공약의 핵심은 ‘코로나 이후 경기회복’이었는데, 캠페인이 시작된 후 유권자의 최고 관심 이슈가 ‘뉴욕 범죄 증가를 어떻게 해결할지’로 바뀌었으며 경쟁자인 에릭 아담스의 전직 경찰 이력을 이기질 못했다고. 주류 언론들이 양의 소소한 말실수를 침소봉대했다고. 아시아계에 대한 은근한 차별이 깔려 있었다고. (예를 들어 뉴욕데일리뉴스의 만평 같은 것)

3.

그러나 많은 선거 전문가들은 이렇게 진단한다.

1) 뉴욕시장은 미국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복잡한 자리다. 양은 뉴욕시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게 사실이었는데 배우겠다는 자세 대신 이긴다는 자신감만 캠프에 가득했다.

2) 2백만에 달하는 팔로워의 SNS 계정에 메시지를 올릴 때는 좀더 신중했어야 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가자지역 분쟁 때 유태인 유권자에 집중한 나머지 너무 빨리, 너무 노골적으로 이스라엘 옹호 메시지를 냈다)

4.

내가 봤던 양의 패배 원인은 이렇다.

양은 선거캠페인을 하면서 대선 경선때 보여줬던 매력을 많이 잃었다. 그의 전매특허는 ‘아이디어’ ‘긍정성’ ‘숫자에 강하다’는 것이었는데 캠페인을 하며 그 이미지 모두가 퇴색됐다.

1) 양은 기본소득 공약으로 전국적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뉴욕시장 출마하면서는 ‘극빈층에 대한 기본소득’ 공약을 냈는데 결국 “어디에서 그 재원을 충당할 것인지?”라는 공격에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나마 다른 후보들이 유사 공약을 내놨다.

2) 양은 구체적인 뉴욕 정책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는 이슈에 대해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어 극빈층 쉼터가 이미 있는데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던지, 그린벨트 지역에 카지노를 짓겠다는 공약 등이다. 팩트와 숫자에 강하다는 그의 브랜드가 퇴색됐다.

3) 캠페인 막판 몇 주간은 상대후보를 노골적으로 공격하며 양이 갖고 있던 ‘무한 긍정’ 이미지가 탈색됐다. 양은 (이제 뉴욕시장 당선에 유력한) 에릭 아담스가 지지율에서 앞서갈 때쯤 아담스가 사실은 뉴저지에 있는 자기 집에 머무르면서 뉴욕시 아파트에서 생활한 척 했다는 공격을 세게 했다. 양 스스로가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 자신의 뉴욕시 아파트에 머무는 대신 교외 지역의 넓은 집에서 지내면서 어떻게 뉴욕시장으로 출마하냐는 공격을 일찍이 받은 데 대한 반격이었다. 이런 진흙탕 공격으로 그를 잘 모르는 유권자들은 ‘똑 같은 정치인이군’이란 인식을 갖게 됐을 것이다.

5.

사실 앤드루 양에 내가 관심을 가졌던 가장 큰 이유는 정치인으로서는 드문 그의 솔직담백한 커뮤니케이션이었다. 그래서 이스라엘 관련 트윗 이후, 양을 줄곧 응원했던 진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왜 이스라엘을 옹호하냐’는 질문에 줄곧 동문서답하는 그의 모습이 너무 생경했다. 뭐긴 뭐야. 유태인 유권자들을 잡기 위해서지. 시청하는 내가 다 답답했다. 진보 채널 진행자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솔직히 밝히던 양의 모습이 사라진 데 대해 실망감을 표출했다.

6.

양의 캠페인이 주는 교훈은 이렇다.

1) ‘할 말은 하는 언더독’이 주류 후보가 되면 혹독한 검증을 받게 되는데 이 때 ‘나 자신이 아닌 척 행동’하는 순간 기존 지지층도 등을 돌릴 수 있다.

2) 높은 지지율에 안주하기보다는 늘상 배우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내가 가고 싶은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샅샅이 숙지해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의 관심사가 바뀌었을 때 빠르게 전환을 하면서 상대 페이스에 말리지 않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7.

그래도 여전히 앤드루 양은 아시아계 정치인으로서는 드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는 책을 한 권 더 쓸 거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수정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미국에 대한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할 것이다. 좀더 자신다운 모습으로 공직/정치 쪽에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언젠가는 사놨던 앤드루 양 굿즈들을 자랑스럽게 내보이며 '내가 양갱이었음'을 자랑스러워할 날이 아마 있겠지?

* 참고 자료와 이전 앤드루 양에 대해 쓴 글들의 목록이 들어간 브런치 글입니다.

https://brunch.co.kr/@jeeminstory/48

언더독이 주류 후보가 됐을 때
앤드루 양의 뉴욕시장 민주당 경선 패배와 그 교훈 | 앤드루 양은 2020년 미 대통령 선거에 나와서 기본소득 공약으로 파란을 일으킨 대만계 미국인이다. 앤드루 양에 대하여 썼던 이전 글. *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기간 동안...
BRUNCH 원글보기
금초롱

홍보위 소속 위원의 관점에서?! 그럼에도 양 캠프에서 내놓은, 아시안계의 이미지 하면 떠오르는, 또 실제로 수학 천재이기도 한 앤드루양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만든 MATH(수학) 단어를 활용한 슬로건 'Make America Think Harder'은 (더 열심히 생각하는 미국을 만들자)은 나름 신선했다는 개인적인 의견 남겨보아요.(우리도 신박한 슬로건을 위해 분발을... 💪🏻💜)

이준석86
@금초롱 트럼프의 maga가 연상되는 부작용도 분명있었을듯합니다.ㅋㅋ
사진·파일

TIP 최대 크기 25M 파일을 20개까지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는 드래그해서 순서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